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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교회를 지킨다는 것은?2025-12-01 22:40
작성자 Level 10
지난 화요일 몇몇 목사님들과 함께 통영에서 멀지 않은 작은 섬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통영 달아항에서 15분 남짓 떨어진, 섬이라고 하기에는 육지에서 꽤 가까운 이 섬을 찾게 된 것은 지인 목사님의 작은 부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갑자기 험해진 변덕스러운 날씨로 인해 비바람이 거세지고, 파도가 높아서 오후에는 모든 배편이 중단되었습니다. 오후에 돌아오는 배편이 없으니 오전에 들어가는 배편으로 곧바로 다시 나와야 한다는 다소 절망스런 얘기를 매표소에서 들었습니다. 섬에 머물수 있는 시간도 25분 남짓이라는 것도 사실 들어가는 것을 망설이게 한 하나의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여기까지 어렵게 왔으니 그냥 돌아가는 것은 너무 아쉽고, 또 언제 올 수 있을지 모르니 짧게라도 섬을 보고 가는 것이 좋겠다는 중론이 모여 들어가는 배편을 기다렸습니다. 여러 일이 있었지만 각설하고, 때늦은 가을에 찾은 작은 섬은 쌀쌀한 바다를 흘리고 있었고 무척이나 깨끗한 풍광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일행이 함께 도착한 항구에서 바라본 섬의 풍경은 그지없이 밝고 아름다웠습니다. 꽤 깨끗하게 잘 가꿔진 첫인상은 다소 어지러운 자연 그대로의 손때가 느껴지는 여느 다른 섬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다행스럽게도 항구에서 섬 전체의 정보를 알고 계신 통영시 소속 사무장을 우연히 만날 수 있었고, 섬의 역사와 정보를 자세히 들을 기회를 얻었습니다. 섬에 머물 수 있는 짧은 시간 25분 만에 원주민을 만나는 것도, 다른 여러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간도 사실 불가능했기 때문에 어쩌면 이런 분을 만날 수 있었던 것도 쉽지 않은 축복으로 여겨졌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섬에 있는 오래된 교회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왔습니다. 섬 관련 얘기를 들려주던 당사자인 사무장 자신은 천주교인이었지만, 섬에는 성당이 없기에 때때로 일요일이 되면 섬 교회에 출석도 하고 있다 했습니다.
섬 교회가 궁금해졌습니다. 급하게 우리 일행은 섬의 중턱, 언덕 위에 위치한 ‘새섬교회’를 향해 걸음을 재촉했습니다. 교회를 향해 올라가는 좁은 골목길은 시골 정취 가득하였습니다. 주인이 떠난 후 낡고 오래되어 허물어진 집들도 있었고, 새롭게 지어진 깔끔한 주택도 드물게 보였습니다. 교회는 오랜 시간 담임 목회자가 없었다고 합니다. 시무하시던 목회자가 소천하신 후 사모님만 섬에 남아 늙은 여성도들 8명과 함께 교회를 지키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언덕을 올라가며 ‘그럼 당연히 교회 건물도 많이 낡아 구석구석 허물어지고, 수선을 위한 여러 사람의 손길도 필요하겠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놀랍게도, 예배당 문을 열고 들어선 교회는 따스함이 가득했습니다. 강단에 꾸며진 꽃꽂이와 청중석에 가지런한 성경책은 바로 몇 시간 전만 해도 사람의 온기가 가득했음을 느끼게 했습니다. 잘 정돈된 강단과 예배당 내부는 선입견 가득하여 언덕을 오르던 저의 생각이 민망할 정도로 깨끗하고 깔끔했습니다. 무엇보다 기도하셨던 분들의 영감 어린 자리가 크게 다가왔습니다. 얼마나 많은 세월 그 자리에 앉아 기도의 단을 쌓아 오셨을지 가늠하기 어려웠습니다. 마음이 덩달아 따뜻해졌습니다.
교회를 지킨다는 것은 단순히 건물을 지키는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때론 오랜 세월이 묻어 있는 기도의 장소가 그 어떤 것보다 더 크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교회를 지킨다는 것은 단순히 예배당을 관리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때론 그 예배당을 관리하는 누군가의 정성 어린 손길로 인해 영적인 기도의 단이 존속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공간을 지키는 유형의 사람으로 인해 무형의 가치가 드러나는 곳이 교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랜만에 느끼는 귀한 감정이었습니다.
흔들리며 돌아오는 배 위에서, 늦은 비는 내리고 파도는 거세게 몰아쳤지만 모처럼 평안을 숨 쉴 수 있었습니다. 오랜 세월 예배당의 한 모퉁이를 지키며 남모를 눈물을 흘리고 있을 늙은 여인들의 흐느끼는 기도 소리가 파도 속에서 들리는 듯했습니다. 참으로 귀하고 감사한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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