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단상

말씀

Thrust Spring Presbyterian Church

목회단상
제목외줄타기2025-10-31 05:39
작성자 Level 10
일전에 양쪽 절벽에 걸친 외줄에서 줄타기하는 사람의 영상을 본 적이 있습니다. 자신의 몸을 외줄에 올려 흔들림 없이 걷기도 하고, 심지어 그 위에서 뛰어다니는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했습니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신기에 가까운 외줄타기 기술들은 보는 사람의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습니다. 흔들리는 줄 위에서 좌우로 치우침 없는 완벽한 균형감을 선보이기까지 그는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을 쏟아 부었을까요?
교회를 개척한 후 벌써 10년 넘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세상에서 한 가지 일에 10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하였다면 뚜렷한 성과가 있어야 할 텐데, 교회는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어떤 일이든 의욕과 열정으로 시작하여 좌절과 실망으로 끝나는 것이 많겠지만, 교회를 개척하여 안착하는 것도 그중 하나인 듯합니다. 교회를 어렵게 개척한 목회자들과 헌신한 소수의 성도들이 갖는 부담은 시간이 많이 흘러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여전히 끝나지 않는 불안과 갈등 속에서 마치 안개 속을 헤매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더 많습니다. 하나의 고비를 넘었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전에 또 다른 고비가 다가오는 때가 다반사입니다. 마치 현실에서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듯한 마음입니다. 어느 한쪽에 힘을 쏟으면 또 다른 한쪽의 균형이 무너져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마음을 주는 일에는 아쉬움이 남고, 시간을 쏟아내는 것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당연히 몸과 마음이 소진되고 새로운 힘을 충전하는 것은 요원한 일입니다.
이미 외줄에 올랐으니 쉬는 것도 쉬는 것이 아닙니다. 숨을 돌리고 앉아서 쉬려 해도 바닥은 마냥 흔들립니다. 조금 여유가 있는 분들은 외줄에 고리를 만들어 쉼을 얻을 수 있는 의자를 달아 내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것도 영속적이지 못합니다. 의자를 메달은 주체가 든든한 바닥이 아니라 흔들리는 줄이기에 이 또한 언제 기울어질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작은 교회들은 이렇게 흔들리는 외줄 같은 현실 속에서 더 힘들어하는 것 같습니다. 외풍이 심하여 균형 잡기 힘들다고도 하고, 줄이 낡아서 언제 끊어질지 모르겠다는 위기감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잠시만 더 생각해보면 ‘그것 예상하지 않고 외줄 위에 올랐던가?’라는 자문을 하게 됩니다. 줄 위에 올랐다면 이후에 흔들릴 것과 그로 인해 떨어질 것에 대한 마음도 준비되어 있었어야 합니다.
줄타기의 장인도 처음부터 외줄 위에서 멋진 묘기를 부릴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낙하의 아픔 때문에 한때 그의 몸과 마음도 무너졌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가 지금도 장인으로 남아 있을 수 있는 이유는 바람에 흔들리는 몸, 혹시 끊어질 줄에 대한 불안한 마음, 높은 줄 위에서 땅으로 떨어질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그 줄타기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작은 교회들은 마치 외줄 타기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때로는 외롭게 흔들리며, 줄 위에서 떨어질 것 같은 두려움이 날마다 엄습합니다. 하지만 스스로 줄 위에서 내려오지만 않는다면, 우리는 맞은 편의 흔들리지 않는 땅까지 무사히 갈 수 있을 것입니다. 흔들리는 줄 위에서 멋지게 묘기를 부리지는 못할지라도 끝까지는 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 또한 의미 있는 행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스스로의 다짐이기도 합니다.

tryerty.jpg


 
이전관계의 진정성 Level 102025-11-03
다음가을 기도 Level 102025-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