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인간관계의 홍수 속에 살고 있습니다. 그 관계 속에서 수많은 일들이 일어납니다. 우리가 일상속 인간관계에 지치거나 상처를 받는 일면의 이유는, 특정한 목적을 위한 만남과 관계를 지속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은 원하지 않지만 목적을 위해 입에 발린 말을 해야 하고, 자신의 진심과는 다른 가식적인 행동도 마다하지 않아야 합니다. 이런 경우 내면의 생각과 외연의 행동이 일치되지 않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에 이격이 생기게 됩니다. 그 이격은 곧 자신의 내면에서 갈등을 생성하기에 이중성 속에서 고통스러운 시간을 지나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결과가 싫기에 이중적인 선택을 거부하고 말과 행동을 단순하게 하면 또 다른 자기중심적 독선에 빠질 수 있는 위험성이 있습니다. 자신만이 정의롭고, 자신의 선택이 최선이라는 자기 오류의 심각성이 불현듯 드러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쉽지 않습니다.  
 
 자신을 지키면서 목적을 이뤄간다는 것은 생각처럼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는 ‘진정성’이 필요합니다. 어렵지만 서로의 신뢰속에서 ‘진정성’을 담보하는 것입니다. 이것조차 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삶은 파탄을 향해 달려가는 한쪽 바퀴 빠진 수레가 될 확률이 높습니다. 언젠가는 정상적인 길에서 벗어나 깊은 수렁에 빠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인간 관계속에서 ‘진정성’을 갖추려면 서로의 일정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특정 목적을 위한 만남이나 관계가 아닌 일상적인 대화를 진심으로 나눌 수 있는 평범한 시간들이 서로에게 있어야 합니다. 어쩌면 가치 실현을 위한 동일 지향점이 있는 모임도 필요할 것입니다. 그 모임은 서로에게 이용 수단이 아닌 조건 없는 배려가 지속될 수 있어야 하고, 그 속에 자발적으로 머물고 싶은 마음이 느껴질 수 있도록 서로의 노력도 있어야 합니다.  
 
 특정한 목적에 동의하여 함께 관계를 맺는 것은 인간 사회속에서 꼭 필요한 일입니다. 혼자서만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세상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이 관계의 특별한 목적을 잘 이용한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자신도 유명세를 얻게 되고, 현실적인 목적도 이룰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 길을 동일하게 따라가려 합니다. 그렇지만 일의 목적은 성취했으나 관계의 파탄에 빠진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특정한 목적이 자신의 생각과 행동에 두 갈래의 길을 만드는 행위라면 시작하지 않는 것이 더 현명할 것입니다. 내면의 갈등을 사전에 차단하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이 또한 쉽고 단순하지만은 않습니다. 많은 경우 희생과 갈등에 대하여 물질이나 또 다른 보상이 따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나중에 예정된 파탄을 위해 달려가는 것보다는 미리 단절하는 것이 더 지혜롭습니다.  
 
 이미 그런 관계속에 들어와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관계의 거리두기가 필요합니다. 관계의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분들과는 조금의 거리두기를 하는 것입니다. 그분들의 지명도와 유명세와는 관계없이 자신이 먼저 거리를 두는 것입니다. 특정한 목적과 필요에 따라서 움직였던 표피적인 생각과 판단을 중단하고, 진정성 있는 관계의 깊이를 추구하기 위한 사전작업이 될 수 있겠습니다. 사실 사람을 극단적으로 이용하려는 이들과는 분명한 관계 단절이 필요하지만, 애매한 경우는 그것조차 쉽지 않습니다. 관계의 거리 두기가 필요한 또 다른 이유는 자신도 동일한 상황속에서 타인을 이용하거나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삼을 수 있는 미약한 존재라는 것을 잊지 않기 위함도 있습니다.  
 
 관계의 진정성이 필요한 시절입니다. 성숙한 사람일수록 많은 관계에 만족하기 보다는 진정성 있는 관계에 시간과 마음을 쓸 이유를 더 분명히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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