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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선택과 후회2025-09-12 02:28
작성자 Level 10

살다보면 두 갈래 길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어느 한 쪽을 선택해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입니다. 이런 경우 대부분 나에게 분명한 이익이 있는 쪽을 선택하게 됩니다. 하지만 두 갈래의 길이 비슷하게 보일 때, 또는 비슷한 결과를 예상할 때가 있습니다. 갈등을 겪을 때가 바로 이 때입니다. 무엇을 선택하든지 이익과 손해에 대한 차이가 크지 않을 때 그 기준을 정하기 어렵습니다. 


얼마 전 잘 알고 가까이 지내는 지인으로부터 이런 선택에 대한 고민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무엇을 선택하든 그 선택에 대한 이익과 손해가 분명히 보이기 때문에 더 선택하기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기도하라’고 충고하곤 합니다. 어느 쪽이든 자신이 무게 추를 싣기 힘들기 때문에 그 책임을 기도의 대상에게 맡기고 싶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분과 조금 더 대화를 나누던 중 과거에 제가 내렸었던 선택에 대한 결정이 생각났습니다. 돌이켜 보면 과거에 내가 내렸던 선택의 결과로 지금 서 있는 자리가 정해진 것입니다. 사실 과거의 선택에 대한 안도감이 들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 후회가 남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선택 당시에는 합리적이고 영적인 것이라 생각하고 내린 결정이었지만 모든 일이 그렇게 순진하고 좋게만 남아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일로 얻은 교훈이 있다면 ‘모든 선택에는 후회가 따른다’는 것이었습니다. A를 선택하든, B를 선택하든, 무엇을 선택하든지 그 선택에 대한 찌꺼기가 발생되기 때문입니다. 세상일에 후회 없이 깔끔하게 정리되는 것은 별로 없습니다. 


그렇다면 선택의 문제에 있어서 생각할 점이 하나 생기게 됩니다. 어짜피 남을 후회라면 “어떤 후회를 남길 것인가?”라는 질문입니다. 내가 현재 선택한 일로 나에게 남을 후회가 무엇인가를 유추해서 어떤 후회를 남길 것인가를 스스로에게 묻고 감수할 수 있는 후회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되면 또 하나의 질문이 더 생성됩니다. “과연 미래에 내가 남길 후회의 질량을 어떻게 지금 가늠할 수 있는가?”라는 것입니다.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을 기준으로 삼아 선택을 하기에는 불안의 요소가 크다는데 또 문제가 생깁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금까지 얘기한 것들은 사실 결과에 대한 경중을 따지기 때문에 생긴 일입니다. 좋은 결과를 남기기 위해서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행동지침일 수 있습니다. 살아가면서 미래의 결과를 장담할 수 있는 일이 몇 번이나 있을까요? 또 그 결과를 어떻게 매번 예상해 낼 수 있을까요? 이처럼 결과를 따지며 현재를 선택하는 것은 불안적 요소가 너무 많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선택에 대한 기로에 섰을 때, 자신에게 주어질 이익 결과의 유무보다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보는 눈이 필요합니다.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는 성경의 문구는 나의 선택이 무조건 잘 될 것이라는 결과론적인 축복 문구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 이면에는 후회와 슬픔과 아픔이 있을 수 있다는 보이지 않는 조건들이 있습니다. 다만,  하나님의 계획과 뜻이 부르심을 받을 자를 통하여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것이 내포된 말씀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가져야 할 바른 질문은 선택을 통한 결과에 있기보다 ‘내가 현재 서 있는 자리가 어디냐?’ 일 수 있습니다. 바른 자리에 서 있고 그 안에서 내린 결정이라면 비록 후회가 남을지라도 감수하며 살아갈 수 있는 내적인 힘을 잃지 않게 됩니다. 내가 결정을 내린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분의 뜻 안에 있었기에 결과도 선하게 드러납니다. 


모든 선택의 결과에는 후회가 따라옵니다. 인간은 완전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 후회에서 조금 자유롭기 위해서는 선택의 시작을 잘할 수 있어야 합니다. 먼저 자신이 서 있는 자리를 확인하고, 결과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어떤 후회이든지 감수하겠다는 결단이 필요합니다. 지금 제가 해야 할 일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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