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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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변화와 존재2025-08-06 02:07
작성자 Level 10
작은 교회에서는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것도 쉽지 않고, 무언가 갑자기 좋아지는 일도 그리 흔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때론 목회자와 교인들은 그런 변화 없는 환경에서 무기력해지고 지치게 됩니다. 그럼 어떻게 이 상황을 넘어갈 수 있을까요?
먼저 관점을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교회의 변화가 무엇인지를 먼저 정의한 다음 그 정의가 올바른 관점을 주지하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살펴보아야 합니다. 대부분 변화에 대한 관점이 확장 또는 축소되거나 왜곡되어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더욱이 오랫동안 작은 교회에서 변화 없이 목회를 지속한 목회자라면 더더욱 자신의 관점을 먼저 살펴야 할 것입니다.
교회는 성장도 필요하지만 성장만을 위해 존재하는 공동체는 아닙니다. 세상적으로 보면 성장하는 것이 가장 좋은 변화의 조건이 될 수 있습니다. 어떤 조직, 회사, 단체, 경제, 심지어 국가의 변화를 말할 때도 성장을 빠뜨리지 않습니다. 성장하지 않는 모든 것은 정체되거나 퇴보하고 있다는 신념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모든 교회는 성장과 소멸을 반복하며 진보해 왔습니다. 비록 내가 사역하는 교회가 소멸된다 하여도 하나님의 나라는 계속 확장되고 진보하여 갈 것입니다. 어떤 관점에서 교회를 바라보고 있느냐에 따라 이토록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두 번째는, 아주 작은 변화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큰 변화는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작은 교회에서 새로운 한 사람이 오는 것은 큰 변화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주 작은 변화는 목회자만 알 수 있을 여지가 많습니다. 그것이 사람이든, 환경이든 세심히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잘 드러나지 않는 교인들의 작은 심경의 변화는 더욱 그러하다 하겠습니다. 교회 일에 무심하던 교인이 어느 날 쓰레기통을 비우거나, 자발적인 설거지를 하거나, 심지어 화분에 물을 주는 것조차 변화의 모습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변화를 놓치지 않는다면 목회자의 낙심 이유도 적어집니다. 스스로에게 격려가 됩니다.
마지막으로, 좋은 기억을 함께 공유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저는 오늘 교회에서 일하고 있는 상황을 있는 그대로 성도들에게 전달합니다. 사진이나 동영상을 남겨두기도 합니다. 누군가에게 자랑하려는 것이 아니라 저희 교회 성도들과 함께 공유된 기억을 갖기 위함입니다. 공유된 기억은 같은 지향점을 갖게 합니다. 또한 시련이나 아픔이 있을 때 상황을 이길 수 있는 용기와 믿음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공동체의 좋은 기억들은 어려운 시험을 넘어갈 수 있는 좋은 자양분으로 남게 됩니다.
오늘 저희 교회는 키즈룸에 강화마루를 다시 깔고 있습니다. 이미 있던 장판을 걷어내고 아이들이 안심하고 뒹굴 수 있도록 좋은 재료를 사용해서 정리를 합니다. 공간의 작은 변화입니다. 크게 개선되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작은 변화가 담임목회자인 저의 마음을 격려합니다. 아이들이 마루위에서 신나게 뛰고 놀 것을 생각하면 기분이 절로 좋아집니다. 작은 환경의 변화가 새로운 도약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하기 때문입니다.
이 시대의 교회들은 규모에 상관없이 모두 어렵게 존재하고 있습니다. 환경과 조건, 상황에 함몰되지 않고 존재 자체로 빛나는 교회들이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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