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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나의 사랑하는 책2025-07-10 06:03
작성자 Level 10

나의 사랑하는 책           

             찬송가 199나의 사랑하는 책은 제가 좋아하는 찬송가 중에 한곡입니다. 경쾌한 리듬과 어릴적 추억을 떠올리는 가사가 듣는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기 때문입니다. 성경과 신실한 어머니의 모습이 함께 그려지는 모습은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을 떠올리게도 합니다. 물론 찬송가에서 이런 감상적인 느낌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리스도인들이라면 누구나 이런 찬송과 성경에 대한 추억이 한 가지씩은 있을 듯합니다. 그런 추억의 한 부분을 끌어내는나의 사랑하는 책이라는 찬송은 부를 때마다 마음을 뭉클하게 하는 무엇이 있습니다.

             2주전 교회를 개척한 후 줄곧 교회 강단용으로 사용해 왔던 낡은 성경에 새로운 가죽옷을 입히기 위해 가죽공방에 맡겼습니다. 새로운 성경을 한 권 사는 것과 비슷한 가격이 나왔지만 손 때 묻은 책이 익숙하고 정도 들었기에 리폼을 하기로 결정했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새로운 가죽옷을 입은 성경을 찾아 왔습니다. 마치 새 책을 선물 받은 것처럼 신선합니다. 성경을 들고 교회로 걸어오는 내내 생각나는 찬송이나의 사랑하는 책이라는 곡이었습니다. 성경을 들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골목길을 혼자 걸어오다가 갑자기 어릴적 작은 추억이 떠올랐습니다.

             어릴적 추억이 가득 담겨 있던 시골 동네에는 나즈막한 언덕위에 작은 예배당이 하나 있었습니다. 주일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그 언덕위 교회로 예배 시간에 맞춰 걸어가던 모습이 지금도 생각납니다. 어느날 집을 나서서 예배당에 가던 도중 빗방울이 떨어졌습니다. 우산을 가져오지 않았기에 다시 돌아가면 되었지만 그러면 예배 시간에 늦을게 분명했습니다. 조금씩 굵어지는 빗방울을 그냥 맞고 예배당으로 뛰기 시작했습니다. 뛰다가 생각하니 들고 가던 성경이 비에 흠뻑 젖을 것 같았습니다. 당시에는 성경에 지퍼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가죽도 흔하지 않았기에 까만 비닐 겉표지와 종이 표면에 빨간 물을 들인 작고 값싼 책이었습니다. 비를 맞으며 교회로 가는 내내 그 성경을 겉옷 안 가슴속으로 넣어 꼭 안고 뛰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린 마음에 하나님의 말씀이 기록된 성경을 비에 젖게 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지금은 성경이 너무도 흔해져서 한 집에 수 십 권이 있기도 하고, 뽀얗게 먼지가 앉은 체 여기 저기 굴러다니기도 하지만 그때 그 작고 보잘 것 없었던 성경은 제게 있어 가장 귀한 책이었습니다. 돌아보면 지금 나는 그 어릴적 성경책을 사랑하던 순수한 마음을 여전히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성경책을 비에 젖지 않도록 속옷 안에 넣고 예배당으로 뛰어 갔던 시골 소년은 지금 어디로 갔을까요?

             세월이 흘러가면 우리는 추억을 먹고 사는 존재가 됩니다. 물론 좋은 추억은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추억보다 변하는 세상 가운데서 변하지 않는 가치를 잊지 않고 지켜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여전히 책의 물적 가치보다 중요한 것은 그 안에 기록된 진리의 말씀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릇을 깨뜨린 물은 담을 곳이 없다는 것도 잊지 않아야겠습니다. 오늘 새롭게 가죽옷을 입힌 손때 묻은 성경을 찾아오던 골목길이, 어릴적 예배당으로 뛰어가던 시골길과 겹치면서 작은 추억에 잠기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나의 사랑하는 책이 아직도 나의 손에 들려 있다는 것이 감사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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