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되어
간다는 것은 아기가 태어나서
가족의 일원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기 위해서는 지난한 세월이 흘러야 합니다. 물론 태어나면서부터
혈연적인 관계는 이미 맺어졌지만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감당한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경제적인
상황에도 일조해야 하며, 가족 공동체에 문제가 발생할 때 함께 고민하며 그 문제를 풀어가야 할 당면한
의무와 책임도 감당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서로를 향한 신뢰와 사랑이 기반 되어야 하기에
이를 함께 세워가기 위한 노력도 경주해야 합니다. 가족뿐만
아니라 모든 공동체가 탄탄한 기초를 세우고, 올바른 성장과 성숙을 위해 필요한 서로의 유대감은 시간이
흐른다고 저절로 생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각고의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공동체 안에는 생각의 수준과 성품이 다른 많은 이들이 함께 있습니다. 그러하기에 마음이
연약한 자에게는 배려와 격려가 필요하고, 자기중심적인 이에게는 스스로를 볼 수 있는 기회와 변화를 위한
시간의 여유를 주어야 합니다. 아직 미성숙한 이에게는 참된 겸손의 미덕을 삶으로 보여 주어야 하며, 조금 날카로운 이에게는 온순하고 끝까지 기다려 줄 수 있는 마음의 인내가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가족이 되어
간다는 것은 서로의 아픔을 함께 지고 갈 수 있는 마음의 빈 공간 한 평이 필요함을 의미합니다. 그곳은
자신의 아픔과 절망만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의 아픔과 고통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여유 공간이
됩니다. 가족이 되어 간다는 것은 저절로 흘러가는 시간을 그냥 무상이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끊임없이 보살피고 필요를 채워 줄 수 있는 작은 샘 한 곳이 필요함을 의미합니다. 때를 따라 목마른 이에게 마른 목을 축이게 하고, 삶에서 찌든 땀
내음을 날려줄 수 있는 근원이 되기 때문입니다. 하루하루
선물같이 주어지는 시간 속에서 잠깐 멈춰 돌아보면, 내가 걸어왔던 지난 길에 다른 이들의 발자국도 함께
보입니다. 어떤 이는 큼직하게, 어떤 이는 가냘프게, 또 어떤 이는 띄엄띄엄, 생김새는 다르고 그 간격도 다르지만 길
위에서 함께 걷고 있다는 사실만은 변함없습니다. 또 얼마나 오랜 길을 걸어야 할지 모르지만 함께 걷고
있다는 이 사실은 큰 위로가 됩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의 성숙을 기대하지만 조급하지 않고, 긴 시간 속에서도 쉽게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가족이 되어 간다는 것은 좁았던 내 마음의 한 평이 조금씩
조금씩 넓혀져 가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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