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삶이
지속되고 고달프다 보면 “언젠가는 내 인생에도 역전(逆轉)의 때가 올 거야!”라는 마음의 바람을 갖게 됩니다. 하지만 실상 생각보다 이 ‘인생 역전(人生逆轉)’의 기회는 잘 찾아오지 않습니다. 뭔가 풀리는 실마리가 있어 좋은 방향으로 갈 것 같았는데, 실타래가
엉킨 것처럼 한순간에 또 엉망이 될 때가 더 많습니다. 이미 알고 있듯이 삶은 우리의 뜻과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이렇게 인생의 향방을 모르기 때문에 적지 않은 분들이 삶의 방향을 잃고 방황합니다. 그렇다면
왜 이토록 인생 역전이 힘들까요? 그것은 현재 나의 지식과 경험, 물리적인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시간과 물리적인 한계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한 사람에게 아무리 많은 지식과 경험치가 있어도 세상의 방대한 지식과 이치를 모두 알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한 분야의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나옵니다. 그 분야에서는 다른 이들보다 조금 더 넓고 깊게 들어간 분들입니다. 하지만 이분들도 미래에 대한 ‘예측’ 또는 ‘추론’은 할 수
있어도 ‘확정’ 할 수 있는 분들은 아닙니다. 그 의견을 참고할 뿐, 전문가들에게 나의 인생을 맡길 수 없는 이유입니다. 산다는 것은
마치 굽은 강의 지류를 타고 흘러가는 것과 같습니다. 때로는 흐르는 인생의 물결 위에 ‘나’라는 ‘배’가 함몰되지 않도록 수위를 조절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때로는
강물을 거슬러 올라야 할 만큼 힘을 써야 할 용기와 노력도 있어야 합니다. 또 한 가지, 인생의 고비를 넘다 보면, 삶이 꼭 나의 마음 먹은 대로 되어야만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됩니다. 절실한 인생의 역전이 일어나지 않아도 말입니다. 지금 주어진
삶의 환경은 그동안 나라는 사람에 의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만들어져 온 것입니다. 어쩌면 지금의 환경이
그동안의 결과인지도 모릅니다. 내가 살고 있는 현재의 힘든 현장이 ‘최상’은 아닐지 몰라도 때로는 ‘최적’일
수 있습니다. 단순히 ‘운명론’을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삶의 변화는 일어날 수 있고, 지금도 그 변화는 진행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인생의 모든 것이 완전히
뒤바뀌는 ‘역전(逆轉)’은
극히 드문 일이라는 인식도 필요합니다. 현재 자신의
삶에 극히 만족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만약 나의 삶을 어떻게든 바꿀 수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현재 상황에서 최소한 몇 가지 이상의 ‘변화’를 선택할 듯 합니다. 때로는 환경의 도움을 받거나, 때로는 타인의 도움을 받기도 하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변화는 가능하나
전 인생의 ‘반전’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인생 역전’을 기대하면 안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자신의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는 ‘역전’은 여전히 존재하고 기대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개념이 일반적인
것과 다를 수는 있습니다. 로또 한 장으로 인생 역전을 꿈꾸는 ‘환경’과 ‘조건’의 반전은 그리스도인들이
추구해야 할 진정한 의미에서 ‘인생 역전’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인에게 있어 ‘인생 역전’은
무엇일까요?
최소한 그리스도인에게 ‘인생 역전’은 환경과 조건이 개선되는 정도만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이 가져야 할 인생 반전 개념은 바로, 타인이나 환경의
도움을 단순히 인연(因然)과 우연(偶然)으로만 나누지 않고, 온전한 ‘신적 개입’으로 보는 관점입니다.
당연히 도움을 주신 사람들이나 삶을 반전시킬 기회에 감사한 마음을 갖지만, 연결된 시점과
도움이 되는 사람들을 단순하게 ‘인연’ 또는 ‘우연’이라는 ‘연(然)’으로만 해석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모든 일이
자신의 노력과 경험으로 해결될 수 있다면 굳이 삶에서 ‘역전’은
필요하지 않을 것입니다. ‘인생 역전’을 요청하는 이유는
지금의 삶이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요. 힘들다는 것은 자신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한계가 있음을 의미합니다. ‘인생 역전’은 바로 자신의 ‘한계
인정’에서 시작됩니다.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과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는 인식이 먼저 있어야 합니다. 누군가의 개입이나 도움이 요청됩니다. 이런 ‘한계 인식’으로 인해 스스로 무너지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그 상황과 자신을 지키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서 ‘인생 역전’은 이런
상황인식에서 비롯된 ‘한계 인정’과 아울러 또 한 가지 ‘자기 지킴’이 필요합니다. 스스로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이 자기 지킴에도 한계가 있음으로 결국 누군가의 도움이 궁극적으로
필요하게 됩니다.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신적 개입’을 요청하거나 인정하는 것입니다. 한계를 인정하고 스스로를 지켜도 해결되지 않는 자신의 약한 마음과 힘든 상황은 도저히 어찌할 수 없습니다. 다른 관점에서 보자면 이처럼 자신의 상황을 묵묵히 견딜 수 있는 힘과 노력도 어쩌면 신적 개입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그리스도인의 관점입니다. 마지막으로, 혹시 상황과 환경의 개선이 없어도 그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삶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입니다. 인생 역전이 일어나지 않아도 하루 하루의 삶을 귀하게 여기며, 성실한
태도를 유지 하는 것입니다. 자족하는 마음입니다. 물론, 제가 언급한 조건들은 개괄적이고 주관적인 내용일 뿐입니다. 개개인의
삶이 어찌 이렇게 단순하게만 설명될 수 있을까요? 하지만 범주의 개념을 알고 있으면 자신을 돌아보는데
있어 종종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요즈음 저와 제가 속한 교회는 절실한 역전이 필요한 상태입니다. 한계를 인식하고, 스스로를 지키며,
신적 개입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혹시 상황과 환경의 개선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여전히
자신과 교회를 사랑하고 자족하는 마음을 잃지 않으려 합니다. 역전을 꿈꾸지만 결과보다 과정을 더 기대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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