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지 같은
교회 김치 중에 '묵은지'가 있습니다. 꽤
오랜시간을 숙성해야 제 맛이 나는 김치입니다. 하지만 묵은지가 아무리 맛있다 하여도 급하게 덥썩 베어물면, 혀를 찌르는 산미에 소스라치게 됩니다. 묵은지는 그 자체로도 맛이
나지만 다른 음식 재료와 조화를 이룰 때 그 진정한 맛을 알 수 있게 됩니다. 사람의 관계도, 더 나아가 교회도 마치 묵은지 같은듯 합니다. 제대로 묵혀야만 제
맛을 내게 됩니다. 진리샘교회가 인덕원으로 이사한 후 4개월이
지나갑니다. 힘든 마음을 끌고 낙심하지 않기 위해 애쓰며, 기도의
자리를 지키고 있던 시간도 이제 8개월이 지나갑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저희 교회는 조금씩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일하심이 그저 놀랍고 감사할 뿐입니다. 설익었던 목사와 교회도 아주 조금씩 묵혀져 갑니다. 아직 베어물면
제맛이 나지않지만, 머잖아 잘 삮은 맛이 묻어 나리라 기대해 봅니다.
새로운 사람들이 교회로 오기 시작하면서 사람들 사이에서 조화로운 맛도 납니다. 이것 또한
감사할 제목입니다. 어제는 저희 교회 파송선교사인
필리핀의 정진효선교사와 박현수사모가 함께 와서 예배를 드리고 설교 하였습니다. 개척 초기부터 교회는
선교사를, 선교사는 교회를 위해 공존하며 기도하는 관계입니다. 이번에
저희 교회가 어려움이 있을 때 없는 돈을 털어 저희 교회로 송금을 했었습니다. 선교사가 파송 교회를
물질로 돕는다는 얘기는 어디에서도 듣지 못했습니다. 친구 얼굴 한번 보느라 먼 길을 달려온
나영지 목사와 차진 사모는 늘 마음에 여유가 있는 사람들입니다. 항상 자기 주머니를 먼저 여는 친구입니다. 요즘 애닯은 친구를 위해 저녁 밥값을 본인들이 계산하고 또 먼길을 그렇게 돌아갔습니다. 함께 익어가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참 복된 일입니다. 처음 인연을 맺고 30년이 더 지났습니다. 결혼 전에는 결혼과 배우자 문제로 얘기의 꽃을 피웠고, 결혼 후에는
자녀들 이야기로 열띤 이야기를 나눴고, 이제는 자녀들을 보내고 노후와 죽음을 놓고 함께 이야기를 합니다. 사람도 교회도 묵혀서 익어야 제 맛을 내는 모양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썩는 것이 있고, 익는 것이 있습니다. 세파에 썩지
않고 함께 익어가는 친구가 있으니 그래도 나름 잘 살아온 듯 합니다. 이제 교회도 이렇게 잘 익어가기를
깊이 기도하고 있습니다. 맛을 내는 것은 좋은 재료와 양념의 역할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지난한 시간이
필요한듯 합니다. 알맞고 맛있게 익어가는 묵은지 같은 교회이기를 소망해 봅니다. 오늘도 역시 복된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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