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달에 한번 치과 정기 검진을 받습니다. 50대 중반으로 들어서면서
제일 실감나는 것이 몸의 변화입니다. 대사증후군에 노출되거나 영구적으로 사용해야 할 신체의 중요 부분이
노화에 직면하는 것을 몸으로 직접 경험하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치과 정기 검진이 있던 날입니다. 남은 생애 동안 사용해야 하기에 나름 잘 관리를 한다고는 하지만 예전 같지는 않습니다. 생각해 보니 시간이 지나갈수록 익어가는 것이 있고, 또
낡아 가는 것도 있습니다. 사람으로 보면 인격과 성품은 익어감의 영역에 들어가고, 신체의 부분들은 낡아가는 영역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익어가는 것은
깊이와 성숙에 관련이 있고, 낡아가는 것은 도태하기에 관리의 부분에서 다뤄야 합니다. 물론 사람은 신체적으로 잘 늙어가야 하고, 인격적으로 잘 익어가야
합니다. 두 영역이 시간의 연장선에서는 함께 진행되지만 각기 다른 결과를 낳습니다. 익어감은
성숙으로, 낡아감은 도태로 연결됩니다. 간혹, 익어감과 낡아감의 영역이 뒤바뀐 분들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익어서
성숙되어야 할 부분은 낡아서 도태되어 있고, 오히려 낡아서 도태되어야 할 부분이 너무 왕성하여 주체하지
못하는 분들입니다. 사람의 노화가 진행된다는 것은 서글픈 일이기도 하지만 또 어찌보면 인간다운
인간으로 무르익어 감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낡아서 도태되는 것에는 너무 많은 미련을 두지 않아야 마음이
편해집니다. 하지만 마땅히 익어가야 하는 부분에 열매가 없다는 것은 안타까움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간혹 시대의 어른이 없다는 말을 듣습니다. 의학이 발달하고, 좋은 정보들이 일상화되니 낡아져야 할 부분은 강화되고, 시간에 따라
깊어져야 할 부분은 오히려 옅어지는 진귀한 현상들이 일어납니다. 노화로 인해 육체는 약해지고, 정신은 성숙했던 때가 오히려 어른들이 존중 받던 시대였습니다. 육체는
풀의 꽃과 같이 시들어져도 인격의 영역에서 백발의 영화를 볼 수 있었던 시절이 분명 있었습니다. 어찌보면
요즈음은 반대 현상이 일상화 되는 시대인 모양입니다. 아무튼, 일전에 어금니 3개를
덧씌운 치료를 받은 이후, 그쪽으로는 단단한 음식 먹는 것이 어려워졌습니다. 치료 받기 전 습관으로 단단한 음식을 씹을 때면 통증으로 인해 스스로 깜짝 놀랍니다. 때론 몸이 예전같이 않음에 살짝 서운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고통을 느끼면서 자신의 연약함과 동시에 연약한 이들을 볼 수 있는 생각의 문이 열리기도 합니다. 낡아가지만
또한 동시에 익어가는 것입니다. 순리대로 가기를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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