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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보는 것과 보여지는 것2025-07-10 05:12
작성자 Level 10

 보는 것과 보여지는 것  

아이들의 눈에 보여지는 모습은 정직하기 그지없습니다. 지난주일 아침 예배가 시작되기 전, “목사님, 오늘은 예배같이 해도되요?”라고 우리 교회에서 제일 어린로이가 장년 예배에 참석하기를 요청했습니다. 저희 교회에서는 장년 예배가 시작되면, 어린이들은 찬양하는 시간까지 함께 있다가 설교 시작 전에 주일학교로 가기 때문에 너무 어린 친구들은 어른들과 함께 예배드리지는 못합니다. 물론 취학한 친구들은 장년과 함께 예배에 참석합니다. 절충이라고 해야겠네요.  

아이의 별스런 요청에왜 그러지?”라고 생각은 했지만, 곧 잊고 주일 예배를 드렸습니다. 오전 예배 후로이엄마인 김집사님이목사님, 이것 한번 보세요라고 크게 웃으며 보여주는 종이 노트 한쪽을 유심히 보다가 저도 모르게 웃음이 빵 터졌습니다. 그 노트에는 아이 엄마의 해석을 듣지 않으면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고 난해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설교하는 목사님을 그린 것이라고 했습니다. 나름 진지하게 강단 뒷배경도 그려져 있었습니다.  

엄마의 해석도 기막힙니다. “목사님, 그래도 그림속에서 목사님이 웃고 계셔서 다행이예요그렇습니다. 다행입니다. 분명 웃고 있는 표정입니다. 아이가 보았을 때 열심히 설교하고 있던 목회자의 표정이 웃는 얼굴이라는 것은 그 시간 아이의 눈에 비추어진 정직한 모습일 것입니다. 당시 제 얼굴에 미소가 있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지요. 화를 내는 표정이었다면 어땠을까요? 지나고 보니 살짝 떨립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나의 모습이 어떻게 보여지느냐 하는 것은 사실 가볍지 않은 문제입니다. 사람들은 타인에게보여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단순한 겉모습에서 내면적인 지식과 명예, 권력, 재산의 유무까지 가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집니다. 서로들 잘보이려 노력하고 그것을 선호합니다. 가식이 들어가더라도 가급적 숨기며 끝까지 가려 합니다. 정직이 담보되지 않을 때가 더 많습니다. 타인의 평판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또 그렇게 서로 잘 보이려 하는 이유는 나의 정직한 모습에 자신감이 없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자신의 본 모습보다 더 좋게 보여지기를 원하는 마음은, 자신의 본 모습에 대한 긍지를 스스로 느끼지 못할 때 드러나는 행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여지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길게 했지만, 사실보는 것에 있어서도 동일한 관점이 있어야 합니다. 어른들의 눈은 이래저래 왜곡되어 있습니다. ‘보는 것에 있어서도, ‘보여지는 것에 있어서도 인생의 여러 굴곡 때문에 굴절된 경우가 많습니다. 정직한 아이의 눈을 다시 찾아야 하겠습니다. 보이는 대로, 또는 보여지는 대로 겉과 속이 다르지 않다면 인생이 정말 힘들어질까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낙서 같은 그림을 보면서 하나님이 요청하시는정직에 대한 개념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기게 됩니다. 저부터보는 것보여지는 것에 있어서 조금 더 정직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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