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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낮은 곳은 어디일까요?2025-07-10 05:01
작성자 Level 10

낮은 곳은 어디일까요?

          크리스마스입니다. 모두 기쁜 마음으로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있는 것을 봅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기쁘고 행복한 시간 갖는 것을 희망합니다. 요즈음 세상살이가 쉽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사실 돌아보면 언제 쉬운 적 있었나 하는 생각도 드는게 사실입니다. 다들 삶이 힘들다고 합니다. 쉽게 쉽게 살아가는 사람을 보기 힘든 시절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어딘가에는 세상 초월해서 자신만의 삶을 여유롭게 누리는 분들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잘 알듯이 사람들의 생각과 마음이 모두 동일하지 않습니다. 지향하는 바가 다르고 꿈꾸는 것도 각각 다릅니다.

          그런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 또 교회이기도 합니다. 물질적인 여유가 있는 사람도 있고, 각박한 사람도 있습니다. 단돈 천원이 아쉬워 마음을 졸이며 씀씀이를 헤아리는 분들도 아직 계십니다. 어려운 삶의 밑바닥을 경험한 사람들은 인간의 비루함이 어떤 것인지 알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그런 삶을 전혀 경험하지 못한 분들도 여전히 계신 것이 현실입니다. 경험의 차이는 삶의 지향점을 서로 다르게 합니다. 차이에서 생기는 오해와 격차는 그 깊이를 알 수 없으며, 쉽게 메우지 못하는 어두운 늪 같이 느껴집니다. 하물며 그리스도 안에서 한 가족이라는 교회 안의 상황도 이러한데 서로의 허물을 용납하지 못하는 교회 밖의 경쟁적인 사회는 어떠할까요? 그 안에는 무너지고 소외된 사람들이 수없이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낮아짐에 대한 이해는 현실적인 삶의 상황도 있고, 지향하는 목표도 있어 깊은 생각이 필요합니다.

          크리스마스는 천상의 자리를 뒤로하고, 비루한 이 땅에 오셔서 사람들과 같이 되신 그리스도 예수의 낮아지심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성육신의 현현이요. 낮아지심의 지표가 되는 날입니다. 그러하기에 지상의 모든 교회는 마땅히 기뻐하고 즐거워하며, 함께 기념하는 시간을 갖기도 합니다. 물론 저희 교회도 지난 주일에 성탄절의 의미를 생각하고 함께 예배드린 시간이 있었습니다. 즐거운 행사와 맛있는 식사를 함께 나누고, 예배 중 성탄의 의미를 설교하고, 축하하는 찬송도 함께 드렸지만 뭔가 개운하지 않은 것이 남았습니다.

          생각해보니 잊어버린 것이 있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낮아지심에 대한 성경적인 설명은 있었고, 그 즐거움을 함께 나눈 성도들도 있었지만, 정작 교회 밖 비루함에 몸을 떠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그 속에 없었습니다. 이제 어찌해야 할까요? 쌀 몇십 kg을 들고 주민센터를 찾아야 할까요? 성도들의 정성을 모아 불우 이웃 성금을 드려야 할까요? 좋은 의미의 선한 일이 낮은 마음을 갖는 궁극적인 지향점이 될 수 있을까요? 여러 생각이 머릿속을 지나갑니다. 두서없고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지 못한 채 며칠을 보낸 오늘이 크리스마스입니다.

          이 땅의 낮은 곳은 어디일까요? 삶에 지친 사람의 마음일까요? 아니면 비루한 삶의 현장일까요? 아니면 또 다른 무엇일까요? 혹시 그 자리가 오히려 형식만 남은 교회는 아닐까요? 낮은 곳의 여러 지향점을 제대로 정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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