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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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rust Spring Presbyterian Chu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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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혜의 동기2025-07-10 04:54
작성자 Level 10

은혜의 동기    

          아침 동이 트기 전 일찍 집을 나섰습니다. 집을 나서니 밤새 내린 함박눈으로 온 세상이 하얗게 변했고, 주차해둔 차위에도 두툼하게 쌓인 눈이 한껏 무게를 느끼게 합니다. 시야가 보일 정도로만 눈을 털어내고 바닥에 쌓인 눈도 아플세라 조심스레 운전을 합니다. 세상은 아직 어둡고 몇몇 신호등만 눈 내리는 정경을 더욱 눈부시게 합니다평소 예배당이 있는 인덕원 유흥가 골목길을 접어들면 밤새 피워댄 담배꽁초들이 마치 눈처럼 흩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그런 꽁초들이 진짜 눈에 덮여 자취를 감췄습니다. 온통 하얀 세상입니다. 원색으로 빛나던 유흥가의 네온사인들도 잠든 시간, 골목을 밝히는 편의점 간판과 함께 교회의 밝은 불빛이 이곳에 일찍 일어난 교회가 있음을 알립니다.

          인덕원으로 교회를 이전한 후 아침기도회를 시작했습니다. 평일 아침 일찍 아직 세상이 움직이지 않는 시간, 밤새 휘청이던 유흥가도 잠든 시간에 아내와 함께 교회에서 기도의 시간을 갖습니다. 소음도 없고, 불빛도 잦아들어 아무도 모르는 적막감이 마음을 차분하게 만듭니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이 시간이 참으로 사랑스럽습니다. 의무감에 겨워 의식적으로 했던 예전의 새벽기도회가 무색하게 느껴집니다. 언제까지 하게 될지 모르지만 지금은 이 시간을 흠뻑 누리고 싶습니다.

          우리 신앙생활속에서 은혜의 동기가 사라지면 도덕적 의무만 남게 됩니다. 내가 받은 은혜에 감격해서 하나님 앞에 기뻐하며 자발적으로 나오던 모습에서, 무엇인가를 얻기 위한 목적과 받기 위한 수단으로 그 행태가 변질되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때때로 자기 신앙의 상태를 점검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반복되는 매일 아침기도가 이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됩니다. 은혜의 동기는 자발성을 요청합니다.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해야 할 정당한 일들을 하게 됩니다. 폭설처럼 내리는 첫눈 속에서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감사한 눈이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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